미술치료 셀프 가이드

회피 감정 탐지 훈련 – 색채로 내면을 직면하는 방법

creator-30 2025. 8. 7. 19:50

감정을 마주한다는 것은 때때로 큰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잘 느끼는 감정만큼이나,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는 감정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회피된 감정은 의외로 '색'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색채치료는 좋아하는 색, 선호하는 색을 기반으로 감정 상태를 분석하지만, 반대로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색’을 중심으로 감정을 추적하면, 보다 깊은 심리의 층위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거부하는 색은 종종 현재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감정, 또는 마주하기를 꺼리는 내면의 이슈와 맞닿아 있다. 이 글에서는 지금 나에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색을 통해 회피된 감정을 탐지하는 훈련법을 안내한다.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다. 색에는 감정이 묻어 있고, 감정은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색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다면, 그 안에는 감정적으로 ‘접근을 막고 싶은 이유’가 숨어 있을 수 있다. 회피 감정 탐지 훈련은 자신이 피하고 있는 색에 주목함으로써, 오히려 회피되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것을 수용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 훈련은 미술 전공이나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자기이해와 감정 인식 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회피 감정 탐지 훈련

회피하고 있는 감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두려움, 죄책감, 수치심, 무력감 같은 감정은 생존 본능과 맞물려 내면 깊숙이 숨겨지곤 한다. 이런 감정은 무의식적으로 억제되며, 겉으로는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억제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타인에게 과도하게 투사되거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정 회피를 '방어기제'로 설명한다. 특히 억제, 부정, 전환 등의 방식으로 감정이 회피되면,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 외부 자극, 특히 색채와 같은 비언어적 수단이 감정 인식의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 색은 특정 감정을 떠올리게 하거나, 감정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빨간색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회색만 보면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러한 감각적 반응은 현재 감정의 상태뿐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감정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 색이라는 중간 매개체를 통해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이 바로 회피 감정 탐지 훈련의 시작이다.

 

왜 거부하는 색을 통해 감정을 볼 수 있는가?

사람이 특정 색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은 그 색에 담긴 의미가 현재의 정서 상태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색은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뇌에서 감정과 연관 지어 해석되는 자극이다. 빨간색은 위험, 에너지, 분노를 떠올리게 하며, 검정은 죽음, 단절, 통제 불능 등을 연상시킨다. 만약 내가 빨간색을 거부하고 있다면, 현재 분노나 긴장, 혹은 경쟁심을 억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색은 감정의 상징 언어다. 대부분의 미술치료나 색채 심리 실습에서는 선호 색을 중심으로 감정 상태를 해석하지만, 회피 색을 중심으로 접근하면 감춰진 감정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거부감을 느끼는 색은 때로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감정의 거울이기도 하다. 이 감정은 종종 과거의 경험, 특히 부정적인 기억과 연결되어 저장되며, 특정 색을 볼 때마다 무의식적인 방어 반응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훈련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가?"보다 "지금 가장 불편하거나 피하고 싶은 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둔다. 거부하는 색은 내 감정이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다.

 

회피 감정 탐지 훈련 실습 방법

이 훈련은 간단하지만 깊은 자기 통찰을 이끌어낸다. 먼저 색연필, 싸인펜, 마커 등 다양한 색상이 포함된 도구를 준비한다.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고, 준비한 색들 중에서 한 번에 여러 색을 펼쳐본다. 눈을 감고 현재 자신의 감정을 스캔한 뒤, 직관적으로 "지금 가장 사용하기 싫은 색은 무엇인가?"를 떠올린다. 그런 다음 그 색을 피해서 그림을 그려본다. 중요한 점은 그 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그 색을 왜 피하고 싶은지, 그 색에 대해 어떤 감각이 드는지 메모해본다. 다음 단계는 거부한 색 하나만으로 전체 종이를 채워보는 것이다. 이때는 아름답게 채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따라 즉흥적으로 선과 면을 구성한다. 불편함이 느껴져도 그대로 진행하며, 끝나고 나면 그림과 마주 앉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이 색이 싫었을까?”, “이 색은 내게 어떤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가?”, “과거에 이 색과 관련된 기억이 있었는가?” 이런 질문은 내면에 숨겨져 있던 감정이나 기억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감정은 더 이상 피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된다.

 

색에 숨은 기억과 감정의 연결 고리

사람의 뇌는 색을 볼 때 단순히 시각 자극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색은 경험, 감정, 기억과 결합되어 뇌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파란색은 평화로운 하늘의 이미지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차가운 병원 복도의 느낌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이처럼 색은 개인의 기억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한 기억은 색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나타난다. 회피 감정 탐지 훈련은 이 기억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만약 어릴 적 무력감을 느꼈던 경험이 회색 공간에서 일어났다면, 회색은 무기력함이라는 감정과 연결되어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이 훈련은 색이라는 감각의 단서를 따라 들어가, 감정의 뿌리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감정은 이유 없이 회피되지 않는다. 색을 통해 그 이유에 접근하면, 감정의 이면에 있는 서사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단지 색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새로운 통찰로 이어진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색을 싫어하는 이유조차 모르지만, 그 이유를 파헤치는 순간 깊은 자기이해가 시작된다.

 

회피 색을 인식한 후의 변화

이 훈련을 반복하면 색에 대한 감각뿐 아니라, 감정에 대한 반응 방식도 달라진다. 거부하고 있던 색을 의식하고 나면, 그 색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점차 줄어든다. 이는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마주함으로써 나타나는 심리적 안정 효과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강렬한 붉은색을 보면 불쾌했지만, 반복해서 그 색을 사용하고 감정을 분석한 후에는 그 색을 덜 두려워하게 되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감정은 인정받을 때 약해진다. 회피 감정 탐지 훈련은 억눌린 감정을 직면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에너지 흐름을 자연스럽게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자존감이 낮거나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 혹은 항상 ‘괜찮은 척’을 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 훈련은 감정과 진짜 자아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감정을 마주한다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의외로 단순하다. 지금 가장 거부하고 있는 색을 손에 쥐고, 그 감정을 색 위에 그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