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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셀프 가이드

감정을 기록하는 아트저널링 시작하기 – 셀프 테라피 꿀팁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바뀐다. 그 변화는 때때로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미묘한 형태로 스쳐 지나간다. 문제는 그런 감정의 흐름이 무시되거나 억제될 때 생긴다. 억눌린 감정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부담을 주고, 결국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감 같은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마음속 어딘가에 고여 있다가 언젠가 무너져버릴 가능성을 키운다.

감정을 기록하는 아트저널링 시작하기 – 셀프 테라피 꿀팁

이럴 때 감정을 안전하게 흘려보내고 기록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아트저널링’이다. 아트저널링은 단순한 일기 쓰기와는 다르다. 글, 선, 색, 이미지 등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자신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감정 기록 방식이다. 특별한 미술 실력이나 글쓰기 능력 없이도 누구나 시작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다독이는 셀프 테라피가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감정을 기록하는 아트저널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팁과 함께, 일상 속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법, 그림과 글이 만나 감정을 어떻게 회복시키는지를 알아보자. 이 루틴은 생각보다 강력한 심리적 변화를 만들어줄 수 있다.

 

1. 아트저널링이란 무엇인가? 감정 기록의 새로운 방식

많은 사람들이 ‘일기’라고 하면 단어 위주의 글쓰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아트저널링은 글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형태의 감정 기록 방식이다. 그림, 색채, 콜라주, 손글씨, 낙서, 심지어 종이 질감까지도 활용하여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이 방식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까지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정서적인 해방감이 크다.

아트저널링의 핵심은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감정을 꺼내는 것’이다. 마음이 무거운 날, 텍스트로 감정을 정리하려 하면 생각이 더 꼬일 수 있다. 하지만 손이 가는 대로 선을 긋고, 무작위로 색을 칠하거나, 종이를 찢어 붙이는 행위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시각 언어의 힘이다.

심리학에서는 표현되지 않은 감정이 내면에 머무르면 부정적인 에너지로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아트저널링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내면을 비워내고 재정비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 꾸준히 실천하면, 자신의 감정 패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도 함께 향상된다. 이는 자존감 회복과 스트레스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2. 아트저널링을 위한 준비물과 공간 만들기

아트저널링은 부담 없이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급 재료나 비싼 도구는 필수가 아니다. 집에 있는 노트 한 권, 색연필 몇 자루, 마커, 스티커나 잡지 조각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자신이 ‘마음 놓고 망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완성도보다는 솔직함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 무선 노트나 두꺼운 종이의 스케치북
  • 색연필, 수성펜, 싸인펜 등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
  • 잡지, 신문, 스티커 등 시각적 콜라주용 재료
  • 마스킹테이프, 풀, 가위 같은 간단한 부자재

작성 공간은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곳이 좋다. 잠들기 전 침대 옆, 주말 아침 햇살 드는 창가, 혹은 카페 구석 자리도 괜찮다. ‘이 공간에 앉으면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심리적 신호를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간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감정 회복의 길을 열어준다.

아트저널링을 매일 하지 않더라도, 주 2~3회 정도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주제를 미리 정해놓기보다는, 그날의 감정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더 진정성 있는 기록을 이끌어낸다.

 

3. 감정 기록을 위한 표현법 – 그림과 글의 조화

아트저널링의 매력은 하나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만 써도 좋고, 그림만 그려도 좋으며, 두 가지를 혼합해도 된다. 감정에 따라 표현 방식은 자유롭게 달라질 수 있다. 감정이 혼란스러울 땐 선을 겹겹이 쌓아보는 것도 좋고, 슬픔이 클 땐 차분한 색감으로 면을 칠해보는 것도 좋다.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마인드 컬러링’이다. 현재 감정을 상징하는 색을 선택하여 도화지 전체를 색으로 채운 후, 그 위에 연상되는 단어를 자유롭게 써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색으로 칠한 위에 ‘막막함’, ‘무게’, ‘침묵’ 같은 단어를 겹겹이 써내려가다 보면 감정의 실체가 뚜렷하게 떠오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감정은 흐릿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이미지로 바뀌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비워내기 드로잉’이다. 마음속에 불편한 생각이 맴돌 때, 그것을 형태 없이 무작위로 선으로 풀어낸다. 얽히고설킨 선, 번진 색, 비뚤어진 도형들 사이에 자신도 몰랐던 감정이 숨어 있다. 이 작업은 감정의 정리뿐 아니라 무의식의 표출까지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자. 아트저널의 한쪽에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반대편에는 현재의 자신에게 짧은 편지를 적는다. “괜찮아, 오늘 하루도 잘 견뎠어.”라는 한 줄이 마음을 다독이고 회복시키는 가장 따뜻한 말이 될 수 있다.

 

4. 꾸준한 아트저널링이 불러오는 내면의 변화

아트저널링을 습관화하면 단순히 감정을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내면을 정돈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처음에는 막연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자신만의 감정 언어를 만들게 된다. 색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감정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무엇보다 달라지는 것은 감정과 거리를 두는 능력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즉각적으로 휘둘리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 속에서 한 템포 쉬어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는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이고, 일상 속 불안과 분노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꾸준한 기록은 ‘감정의 패턴’을 발견하게 한다. 특정 요일에 반복되는 기분, 특정 상황에서 생기는 반응 등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자기 이해를 깊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 기록 속에서 회복의 여정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창의력의 근원을 찾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신과의 친밀감이다. 아트저널링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다. 아무런 판단 없이,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는 반복은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을 키우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림 한 장, 문장 한 줄이 마음의 생채기를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어떤 고급 치료보다 소중한 자가치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