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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셀프 가이드

퇴근 후 30분, 나를 마주하는 컬러테라피 시간 만들기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과 시간에 쫓기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가 무채색으로 바래진 느낌이 든다. 특히 퇴근 후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 ‘그냥 눕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밀려온다. 이처럼 반복되는 피로와 감정의 무뎌짐은 단순한 휴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회복은, 퇴근 후 30분이라도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시작된다.

퇴근 후 30분, 나를 마주하는 컬러테라피 시간 만들기

 

이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회복 도구 중 하나가 **컬러테라피(color therapy)**이다. 컬러테라피는 색을 통해 감정과 신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심리치료의 일종으로, 시각 자극이 뇌의 감정센터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 없이도 스스로 적용할 수 있다. 특히 퇴근 후의 ‘텅 빈 시간’은 컬러를 통해 내면을 정돈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다.

이 글에서는 퇴근 후 30분 동안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셀프 컬러테라피 루틴을 만드는 방법을 안내한다. 색을 통해 내 감정을 인식하고, 오늘의 나를 부드럽게 마주하는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하루의 피로를 단순한 휴식이 아닌 정서적 회복의 시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퇴근 후 감정은 ‘피로’가 아닌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다

사람은 퇴근과 동시에 피로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서적인 ‘과부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감정을 눌러야 했던 시간, 눈치를 보며 내 속마음을 억눌렀던 대화, 처리하지 못한 감정 찌꺼기들이 퇴근 이후에야 비로소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 오히려 더 무기력해지거나,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이 상태를 단순히 ‘지친 것’으로 넘기면 감정은 점점 축적되고, 어느 순간 분노, 우울, 무기력, 불면 등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퇴근 후에는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쌓인 감정을 인식하고 흐르게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언어로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색이라는 비언어적 자극을 통해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컬러테라피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력한 치유 도구가 된다. 감정을 색으로 바꿔보고, 손으로 표현하고,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작업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오히려 ‘회복되는 느낌’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반복되는 회피 루틴(예: 스마트폰, TV, 과식 등)을 색으로 대체하면,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컬러테라피를 위한 퇴근 후 30분 루틴 구성하기

퇴근 후 컬러테라피를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루틴화’이다. 1회성으로 시도하는 컬러테라피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반복적으로 색과 감정을 연결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감정 안정과 자가치유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다음은 실제로 적용 가능한 30분 루틴 구성 예시다.

① 컬러 공간 만들기 (5분)
작은 테이블 위에 색연필, 수채 물감, 색지 등 컬러도구를 꺼내두고, 오늘 사용할 색을 선택한다. 이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색, 손이 가는 색을 직관적으로 고르면 된다. 이 과정은 ‘오늘 내 감정이 원하는 색’을 고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② 색을 활용한 감정 표현 드로잉 (10~15분)
선택한 색으로 A4 종이에 자유롭게 선, 면, 점 등을 활용해 감정을 표현한다. 특정 형태를 만들 필요는 없다. 예: 무기력한 날은 부드러운 곡선을 반복하고, 분노가 느껴진다면 강한 선을 겹치며 표현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색과 손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③ 감정 해석과 색 기록 (5분)
표현한 그림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을 간단히 적어본다. 예: “오늘 나는 회색을 많이 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답답했고, 그 답답함을 풀어내니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런 기록은 감정 자각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④ 마무리 호흡 명상 (5분)
마지막으로 오늘 사용한 색을 떠올리며 3분간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반복한다. 이때 그 색이 몸 전체를 감싸준다고 상상하면서 호흡하면 뇌의 감정회로가 진정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루틴은 단순한 취미 시간이 아니라, 감정을 ‘안전하고 의식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이며, 꾸준히 반복할수록 감정 정화 능력과 자기 회복력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색으로 하루의 감정을 마무리하면 삶이 덜 피곤해진다

하루의 마지막 30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생각보다 삶 전체의 피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기력한 루틴 속에서는 감정이 더 억눌리고, 회피적 습관은 반복되며, 자존감은 서서히 침식된다. 반면, 색을 통해 내 감정을 마주하는 루틴은 스스로에 대한 존중감을 회복시키고, ‘나는 나를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내면 깊이 새긴다.

컬러테라피는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색연필 한 세트, 작은 노트 한 권만으로도 감정을 정리하고 회복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색을 통해 감정을 마주하는 태도이다. 매일 다섯 분이라도 색을 고르고, 색을 보고, 색으로 움직인다면, 삶의 감정 밀도는 분명 달라진다.

또한 컬러테라피를 일상 속 도구들과 연결해보면 루틴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정을 따라 색을 고른 뒤 그날의 옷 색, 다이어리, 핸드폰 배경화면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하루 감정 톤을 조정할 수 있다. 이렇게 감정과 색의 연결성을 늘리는 습관은 ‘감정이 나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감정을 관리한다’는 자각을 만들어준다.

궁극적으로 컬러테라피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감정과 나란히 앉아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오늘 하루의 나를 색으로 마주하며, 그 색 속에서 조금은 부드러워진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